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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고정관념 깬 '언니들' 예능 접수하다

작성일 2020-12-03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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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풍(女風)이 거세다. 영화와 드라마에 이어 남성 연예인을 중심으로 구축된 예능계 역시 주체적인 여성을 앞세운 예능 프로그램들이 전면에 부각하고 있다. 구색 맞추기나 남성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쳤던 기존 예능 속 여성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뷰티와 요리 등에 국한돼 있던 콘셉트를 일상과 여행, 캠핑 등으로 확대해 나간 점은 고무적이다. 예능 구도의 고정관념과 틀을 과감히 허물며 안방극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올해 예능 키워드는 '여성'

여성 연예인들의 활약이 유난히 눈부신 올해다. 박나래·송은이·김숙 등 이른바 예능 블루칩들이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안방극장 예능의 판도를 보란 듯이 바꿔 나갔다. 이에 발맞춰 여성들로 구성된 다양하고 참신한 예능이 각 채널의 프라임 타임을 장식했고, 콘셉트도 꾸준히 진화했다. 3년 전만 해도 언감생심이던 일이다. 남성 PD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예능계 풍토에서 "야외 예능에 적합하지도,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갈 능력도, 재미도 없다고 생각하는" 여성 예능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이 흐름에 변화가 생긴 건 대략 2018년부터다. 이영자가 MBC '전지적 참견시점', Olive '밥블레스 유' 등을 통해 다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그 바통을 이은 송은이는 아예 예능계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당당하고 진정성 있게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한 게 주효했다. 별반 새로울 게 없었던 기존 '남탕 예능'에 식상한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다.

여성 예능은 이제 인기 트렌드로 자리를 굳힌 모양새다. MBC '놀면 뭐 하니?'의 스핀오프 버전 '환불원정대'는 각자의 자리에서 입지를 다진 '센언니' 4인(엄정화·이효리·제시·화사)이 뭉쳐 탄생했다. 시작과 동시에 예능가에 강력한 돌풍을 몰고 온 '환불원정대'는 10%대 높은 시청률과 함께 데뷔곡 '돈 터치 미'가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을 제치고 음원차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고무된 MBC는 '나 혼자 산다'의 여성 버전 웹예능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로 또 한 번 승부수를 띄웠다.

 

E채널 '노는 언니'는 다소 실험적이다. 소위 '잘 나가는' 연예인이나 방송인 한 명 없이 박세리(골프)를 중심으로 이재영·이다영(배구), 남현희(펜싱), 곽민정(피겨), 정유인(수영) 등 스포츠 스타들이 매회 분량을 책임진다. 박세리를 제외하면 예능 출연이 낯선 그들이다. '노는 언니'는 그들이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들에 도전하며 놀아보는 세컨드 라이프를 보여주자는 의도로 출발했다. 별다른 게스트 없이 멤버들만의 호흡과 단합으로 이끌어가는 게 관전 포인트다. 시청자들은 코트와 필드 위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아닌, 지극히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에 공감했다. 덕분에 정규 편성의 기회를 얻었고, 넷플릭스도 러브콜을 보냈다. "언니들에게 일이 아닌 놀이가 되길 바랐다"는 방현영 CP는 "예능의 문법을 포기하더라도 진솔함을 가져가고 싶었는데 그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예능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예능계 판도에 불고 있는 지각 변동은 반가운 신호가 아닐 수 없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여성 예능인들이 남을 웃기기 위한 코미디를 했다면, 요즘엔 자기 이야기와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을 실현하는 콘셉트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주 향유층인 여성 시청자로 하여금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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